파란에 터잡은 것이 언제일까 하면
정확히는 첫글을 살펴봐야겠지만 - 지금은 숨김 해 놓은 옛 고리를 찾아서 말이다.
생각나는 것만 하자면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교 신 열람실, 지하, 그 공기 안 좋지만 전기선과 랜선은 들어오는 곳에서
음악파일을 업로드했었다.
하루 20메가 한계에 빌보드 탑포티 80년대와 90년대 각각 일부 기간,
내가 팝송을 듣던 시기의 음악과 그 이후 조금 더 해서 냅스터에서 모았던 것을 올렸던 것이었다.
스트리밍 해 보겠다고 mp3 을 wma 로 바꾸어 올렸었는데, 지금에사 뭐든 다 되겠지만,
그 겸해서 용량도 조금 줄였지만, 그래도 20메가로는 많은 양을 올리지는 못한다.
디비디로 네 장 쯤 되는 것을 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루 그만큼씩. 하루라도 빠지면 하루 늦게 완료될 것임에 조금은 속상해하고,
가을을 보내고, 추위를 느끼고,
삶을 잃었다.
당시 만지던 컴퓨터는 지금도 한쪽에 놓고, 드물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켠다.
이제는 어둑하니 백라이트도 약하여, 무선 키보드 마우스처럼, 영상도 외부로 빼내어 본다.
지금 앞에 둔 맥북프로 너머, 마침 켜 둔 책상등에 갖은 상처가 선명히 보인다.
사람은 뭔가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때가 있다.
자료를 보기보다는 다운받는 것에, 읽기보다는 프린트하는 것에,
나 같으면 듣기보다는 올린다는 것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원래는, 모두가 듣기 위한 것이었다. 옛날, 대작업이 되리라 생각도 못하며 조금씩 올리던 때는 말이다.
글 배경음으로 쓰자 하던 시절엔 말이다.
그러다 저작권 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모든 음악은 나만의 공간으로 숨어 버렸고,
나조차도 자주 안 가게 되는 - 그런데 올리기는 꾸준히 올리는 - 그리하여 나 또한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하나가 생겼다.

어느 날, 여전히 작은 캠퍼스 안 시끌벅적한 학관 근처를 떠올린다.
그날은 아마도, 올리기로 했던 모든 음악을 다 올렸던 때인것 같다.
아무 일도 없이, 나 혼자 기쁘다기보다는 가슴이 조금 일렁일 뿐이었다.
통샌드위치버거가 있던 파파이스는 버터발린 옥수수는 팔지 않았고,
나는 농구공과 바람소리, 자취방의 끈끈한 겨울냄새를 머릿속에 새겼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놀고 싶다.
정말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다.
조금 더 빨리 차를 구해서 달려보고 싶다.
조금 더 빨리 작은 돈을 벌어 써 보고 싶다.

옛날의 생각과
뒷날의 상상과
지금의 기억과
연상될 수 있는 여러가지.

나는 삶을 이만큼 잃었고,
그 일부를 블로그에 담았다.
멀리하고 좁히지 않았던 적도 있지만,
20대와 30대의 일부는 이곳에 담겨 있다.

그 글을 다시 읽을 일은 ..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쓰고 싶어서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이번에.. 어쩌면 그 일부를 되새김해 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저 파일 흐름에, 우연히 프린트되고, 책장에 두 권쯤 꽂혀서 지나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데 모여 말할 것 같다.
그때 무엇을 했는가는 필요 없어 보인다고, 그건 내키는 데로 다시 드러나면 되니까.
다만 그때 왜 그랬는가는 알고 싶다고.
그럼 말해야 할 것이다.
나는 두려웠다고. 결국엔 두려웠기 때문에 물러나기만 했다고
그것이 가장 정확한, 나에 대한 해석일 것이겠지만,
그러나 후회할 수 없는 일을 후회하지는 못한다고,
다만 그것을 이 파란 블로그 내용물 바로 그들처럼, 안고 간다고.
그렇기에,
그대가 원한다면,
언제든 요구해 달라고,사과를.
그러면, 나는
보자기를 풀고, 뚜껑을 열고, 장신구를 꺼내듯
마음의 모습을 보고,
미안하다고 말하겠다고.
칭찬은 권리이지만 사과는 의무임을,
힘이 있는 한 지킬 것이라고.

나의 파란 블로그,
파란 블로그의 나의 공간.
잘 옮겨가자꾸나. 그리고, 새 기간을 살펴보자꾸나.

[
blog.paran.com/tri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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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paran.com/oldies , /oldies2 ~ /olides4
blog.paran.com/oldword
그리고 몇 가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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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ㅅ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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